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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낙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정글을 헤매던 한 무리의 미국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정글 한복판에 말끔한 마을이 꾸려져 있었다. 마을 입구는 방문객을 환대하려 몰려나온 주민들로 가득했다. 생각지 못한 풍경에 당황한 미국인들은, 주민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당신들 감금된 것 아닌가요? 미국에 있는 가족이 여러분을 걱정하고 있는데.”


"감금이라니...그럴 리가요. 저희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평온했다. 


인종과 나이의 구분 없이 한데 섞여 어울리는 주민들은 속세의 근심에서 놓여난 듯 보였다.





"아주 행복해요."


누구에게 물어도 미소와 함께 이 같은 대답만이 돌아왔다. 이따금 그들의 표정이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방문단은 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문단의 기자가 주민 한 명과 마주쳤다. 여느 때처럼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듯하던 그는, 갑자기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기자의 손에 무언가를 몰래 쥐어주곤 사라졌다. 작은 쪽지였다.



'제발 저를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민주주의 진영의 맹주로 세계 정치를 주도하던 1950년대 미국. 


하지만 ‘자유와 평등의 수호자’로 칭송 받던 국제적 이미지와 달리, 사회 내부적으로는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질병처럼 번져 있었다.

195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식수대. 백인용과 유색인용이 분리되어 있다.


그때, 특이한 사상을 전파하는 백인 젊은이가 나타났다.


'모든 인종을 통합하자'


'모두에게 평등한 자유를 주고, 빈민을 구제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하자'


그의 이름은 짐 존스였다.


짐 존스의 모습.





차별과 무시에 지친 이들에게, 존스의 사상은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상당한 지지세력을 모은 그는 '인민사원'이라는 이름의 신흥 교파를 창설하고 다방면의 사회봉사를 시작했다. 


무료 급식소, 탁아소, 노인병원, 성매매 여성과 마약중독자를 위한 상담센터... 


그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흑인, 인디언, 부랑자, 빈민 등이 그의 공동체로 몰려들었다. 지역 신문에는 날이면 날마다 존스를 칭송하는 기사가 실렸고, 신도들은 존스를 DAD(아버지)라 부르기 시작했다.

짐 존스의 추종자 가운데는 사회의 차별에 시달리던 유색인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즈음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존스가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신도들의 재산을 빼앗고 폭행을 일삼는다는 이야기였다. 


소문을 전부 부정한 존스는, 신도들을 불러모은 뒤 희한한 제안을 했다. 남미 가이아나의 정글 속에 지상낙원 '존스타운'을 만들어 두었으니 그 곳에 가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얘기였다. 


"이 땅은 사악한 유혹이 많고 전쟁의 위험도 크다. 

바깥 세상의 사악함이 들어올 수 없는 열대 지방에 낙원을 건설해 두었으니,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에 모두 함께 떠나자!"

1974년, 존스와 함께 '인민사원' 신도 1000여 명이 미국을 떠나 가이아나로 향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1978년, 미국의 하원의원 리오 라이언에게 한 가지 제보가 들어왔다.

前미 하원의원 리오 라이언.





'짐 존스와 떠난 사람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존스타운에서 심각한 폭행과 학대가 자행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한 낌새를 챈 라이언은 기자들과 함께 시찰단을 꾸려 곧바로 가이아나로 떠났다.


하지만 그들이 정글 속에서 발견한 존스타운은 제보와 달리 평온했다. 


주민들은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함께 어울려 사이 좋게 지냈고, 모든 것을 공평하게 나누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같은 대답을 했다.

짐 존스와 존스타운의 아이들.


"정말 행복합니다. 여긴 천국이에요."


마치 기계처럼 행복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주민들을 보며 라이언과 시찰단은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딱히 이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소문이 잘못된 걸까...?'


존스타운에 대한 시찰단의 경계가 차츰 옅어지던 어느 날, 시찰단 소속 방송 기자가 주민 한 명과 마주쳤다. 그런데, 주민이 기자의 손에 작은 쪽지를 황급히 쥐어주곤 사라졌다. 


종이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제발 저를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주민들의 미소가 불안해 보였던 건 착각이 아니었다.






다음날 주민 몇 명을 붙잡고 캐묻자 존스타운의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4년 전, 지상낙원을 마련해 두었다는 존스의 말에 이끌려 가이아나의 오지에 도착한 주민들 앞에는 억센 풀로 가득한 정글이 우거져 있었다.





도망칠 수도 없는 낯선 환경에서 가혹한 강제노역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남미의 뙤약볕 아래 매일 12시간 가까이 일했다. 일이 끝난 후에는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존스의 세뇌교육을 5시간씩 받아야 했다. 





"세상의 종말이 오면 천국으로 가는 것은 우리 뿐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유색인종을 모두 제거하려 한다.”


"여기서 나갔다간 원주민에게 몰살당한다!"


주민들을 복종시켜야 했던 존스의 세뇌는 집요했다. 그는 마을 곳곳에 스피커를 설치해 하루종일 자신의 연설을 방송했다. 


존스타운의 주민들은 그렇게 천국이라는 이름의 지옥으로 빠져들었다.

짐 존스와 존스타운 주민들


마을의 실상에 경악한 라이언과 시찰단은 존스를 찾아가 항의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우리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은 앞으로 나오십시오."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온 주민은 16명. 라이언은 존스에게 말했다.


"이들을 모두 데리고 떠날 겁니다."


난처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던 존스는 잠시 뒤, 의외로 선선히 대답했다.


"데려가시오."


어딘가 이상하긴 했으나, 주민들의 탈출을 돕는 것이 우선이었던 시찰단은 서둘러 마을을 떠났다. 그들의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시찰단의 차량이 마을 입구를 빠져나가자마자 존스는 무장경비단 ‘붉은 군대’를 모두 소집했다. 


"따라가서 다 죽여버려."







라이언 일행이 타고 온 비행기


이런 사실을 모르는 라이언 일행은 존스타운 근처의 간이 비행장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을을 떠나온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과 아직 떨치지 못한 불안감에 연신 주변을 살폈다. 그 때,


“저게 뭐지?”


낯선 지프차 몇 대가 비행장에 들어섰다. 비행기 주변을 빙빙 도는 차량을 살피는 사람들의 눈에 긴장감이 서렸다. 그 순간 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주민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붉은 군대다!”

존스의 무장경비대가 총기를 난사한 후 비행장 모습.





도망갈 틈도 없이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무자비한 난사 앞에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라이언 의원과 기자 6명을 포함해 15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건을 보도한 신문 기사.





같은 시각, 존스는 존스타운의 주민들을 전부 농장 마당에 불러모았다. 


총을 든 경비대가 마을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붙어 앉은 사람들 사이로 공포감이 찬물처럼 끼얹어졌다. 


다른 때와 달리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존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교 중인 짐 존스의 모습.


“미국이 나를 의심하며 우리의 공동체를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며칠 간 우리 마을에 머물렀던 리오 라이언 일행도 우리를 감시하고 이간질하러 온 것이다. 


조금 전에, 나는 라이언과 배신자들을 다 죽여버렸다.  


미국의 하원 의원이 죽었으니 전쟁은 시간문제다. 미국은 곧 비행기와 낙하산을 타고 이곳으로 쳐들어와 우리를 죽이고 아이들을 고문할 것이다. 


그럴 순 없지…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미국인들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다. 


평화롭게 살 수 없다면, 죽음으로 평화를 얻어야 한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민들에게 작은 잔이 돌려졌다. 청산가리를 섞은 주스 잔이었다. 애타는 눈으로 존스의 입만 바라보던 주민들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갓난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손을 들었다.


“어른들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은…우리 아이들은 살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존스는 그녀의 애절한 부탁을 한 마디로 묵살했다.


“아이들에게는 평화로워질 권리도 있어.”



모두가 독이 든 잔을 받아 든 뒤, 마침내 잔혹한 명령이 떨어졌다.


“아이들 먼저.”


마을은 그대로 지옥이 되었다.


4년 간 외부와 차단된 채 세뇌를 받은 탓에, 미국이 마을을 몰살시킬 것이라는 존스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게 된 주민들은 흐느껴 울면서도 아이에게 독이 든 주스를 먹였다. 그리곤 남은 약을 스스로 들이켰다.


두려움에 반항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존스의 부하들은 그들의 입을 억지로 벌리고 약을 쏟아 부었다. 그래도 마시지 않으면 총을 쏘아 죽였다. 


곳곳에서 비명과 신음이 터져나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발견된 청산가리 병들.


잠시 뒤, 천 명에 가까운 사람이 북적이던 광장에는 무서운 정적만 내려앉았다.


몇 시간 후 신고를 받고 존스타운에 도착한 가이아나 군인들은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온 마을에 시신이 가득했다.

당시 존스타운의 참상을 항공촬영한 NBC의 보도화면.
알록달록한 점처럼 보이는 것들이 모두 시신이다.


이날 존스타운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914명. 그 중 3분의 1은 어린아이들이었다. 짐 존스도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자살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본 사람이 없으므로 명확하지는 않다. 


살아남은 건 정글로 도망치거나 마을 안에 숨어 있었던 극소수뿐이었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존스타운 집단 자살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대서특필됐다. 



이 사건을 다룬 TIME지의 표지.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기괴한 사건이라면 늘 그렇듯 수많은 루머와 가설이 떠돌았다.


‘CIA의 비밀 실험이었다’.

‘미국 특수부대가 주민들을 살해한 것이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할 뿐, 누구도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의 전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희생자들은 단순히 짐 존스의 종교적 광기에 휘말린 것일 수도 있고, 소문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국가의 실험 대상이 되었던 것일 수도 있다.


존스타운에 거주했던 한 가족의 모습.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고향을 등지고 존스타운으로 떠난 이들은 모두, 그곳에서는 차별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는 것. 


실제로 사망한 존스타운 주민 중 대다수는 짐 존스의 인종 통합 정책에 매혹된 흑인과 인디언들이었다. 이들을 단지 사이비 종교의 광기로 휩쓸려 자살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나는 짐 존스를 믿어요' 팻말을 들고 서 있는 흑인 여성.



'나는 짐 존스를 믿어요' 팻말을 들고 서 있는 흑인 여성.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버린, 소외 받은 자들의 꿈. 


시신 수습 과정에서 발견된 한 희생자의 편지에는 그 절망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편지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모든 테이프와 기록들을 모아 주십시오. 이곳의 문제는 반드시 검증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종말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살아서 세상에 사랑과 빛을 가져다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세상을 떠납니다. 하늘은 회색 빛이고, 사람들은 줄지어 독약을 마시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마셔야 합니다.


조그만 고양이가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고, 강아지가 짖고 있습니다. 새들은 전깃줄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이 편지를 보았다면, 부디 존스타운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세요. 다들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요. 


난 이제 죽을 준비를 끝냈습니다. 


지구 마지막 날의 어둠이 존스타운에 내려앉고 있네요…’



존스타운 희생자들의 추모식.


오늘날 많은 매체들은 이 사건을 ‘존스타운 집단 자살사건’이 아닌 ‘존스타운 대학살’이라 칭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생존자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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